
유연성은 더 높은 수준으로의 발판이 된다.
맨몸 운동을 하시는 분들 중 상당 수가 근육과 근력에 주안을 두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체의 유연성과 가동성은 감탄을 불러일으키기는 하지만 마음과 시간을 투자해서 성장시키고 싶다는 욕구까지는 불러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바쁜 현대인들의 경우 '근력 운동으로만 시간을 구성해도 모자랄 판인데 유연성 훈련까지 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닙니다. 시간적 여유가 한참 있는 상황이라면 필요해 보이는 훈련을 하나씩 추가하며 시도해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선순위를 설정해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훈련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상황과는 별개로, 유연성이 기반이 된 상태에서 행하는 훈련은 훈련의 질을 상승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고급 동작을 완성시키는데 필수 불가결한 요인이 된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를테면 '브이싯(엘싯 자세에서 다리를 높게 들어 올려 몸을 브이 형태로 만든 후 버티는 동작)'에서는 몸을 강력히 지지해 줄 삼두근, 팔꿈치, 손목, 코어 그리고 하체 근육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들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반이 되어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최종적으로 동작을 완성하는 것, 즉 화룡점정이 되는 요소는 고관절과 햄스트링의 유연성입니다. 이 두 부위의 유연성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근육의 힘이 강력히 받쳐준다고 하여도 완성도 높은 동작을 구현내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비단 브이싯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맨몸운동 수행자들 외에도 많은 이들이 선망한다고 할 수 있는 '물구나무서기' 역시 유연성의 영향이 지배적입니다. 물구나무서기는 근력과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밸런스 능력 모두가 중요하지만 어깨부터 발끝까지 완전한 아치를 그리는 바나나 형태의 물구나무서기가 아닌, 완전한 일직선 형태의 물구나무를 서기 위해서는 손끝부터 어깨까지의 라인이 완전한 수직 선상에 위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어깨 유연성, 다리 역시 굽어지지 않고 온전한 형태로 쭉 뻗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햄스트링의 유연성이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물구나무서기는 운동을 거의 해본 적 없는 초보자가 막 시도를 했다는 가정 하에서는 어깨 근력을 요하는 근력 및 밸런스 훈련이 되지만 어깨 근력이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는 수준의 사람에게는 더 이상 근력 훈련이 아닌 균형을 잡는 훈련 즉 기술 훈련의 영역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유연성이 없으면 어깨를 뒤로 젖히며 활짝 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깨가 앞으로 완전히 빠져있는 바나나 형태의 물구나무가 형성되는 것이고, 이는 그야말로 어깨 근력으로 버티는 것이기 때문에 균형을 잡는 훈련 자체도 훨씬 덜 될 뿐 아니라 근력으로 버티는 것은 균형을 잡으며 버티는 것보다 훨씬 많은 힘을 요하는 행위이므로 버틸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상당히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효율이 떨어지는 것도 모자라 신체가 금방 지쳐 훈련의 빈도 수가 감소해 버릴 수 있는 아주 질이 낮은 훈련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현상이 브이싯이나 물구나무서기에만 한정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하면서 요약을 하면, 근력을 원한다고 해서 근력을 키우는 데에만 치중된 훈련을 하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향상을 경험할 수 있으나 그 이상의 단계에서는 발목을 잡힐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유연성 훈련 시 주의 사항
근력 훈련을 비롯한 많은 훈련들이 부상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유연성 훈련 역시 어떤 방식으로 훈련을 하느냐에 따라 신체적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주 고질적인 통증 및 기능 저하를 부르는 원흉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유연성 훈련의 특성상 인대나 건 등의 결합조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결합조직의 부상은 근육 부상에 비해 훨씬 더 장기화 될 가능성이높은 데다심한 경우 영구 손상을 입어 치유가 된다고 해도 후유증이 남아 두고두고 운동을 하는데 여러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히 접근을해야 하는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 몸을 전혀 풀지 않고 바로 유연성 관련 동작들을 무턱대고 시도하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다시한번말하지만 정말 위험한 행동입니다. 우리 몸의 신체 조직 내에는 '점성'이라는 마찰이 작용을 하며, 이 점성이라는 것은 조직의 유연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점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물과 꿀을 비교해서생각해 보시면이해가 곧바로 되실 것 같은데, 둘은 액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물은 전혀 끈적이지 않고이리저리잘 흐르는 것에 반해 꿀은 액체임에도 상당히 끈적하고 특정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흐르는데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물은 흐르는 작용에 대한 저항이 상당히 낮은 것이고 꿀은 강하게 저항하는 성질을 지닌다고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이 특성은 같은 꿀 안에서도 나뉩니다. 온도가 높은 꿀은 굉장히 빠르게 흘려내리는 반면, 온도가 낮은 꿀은 이게 과연 액체인가 싶을 정도로 천천히 흐릅니다. 점성이라는 마찰이 작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체온이 높은 상태에서는 점성으로 인한 내부 마찰이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에 평소보다 몸을 쓰는 것이 가볍고 가동범위도 훨씬 늘어납니다. 반면 체온이 낮은 상태에서는 몸이 훨씬 무겁고 가동범위는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게 됩니다. 몸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할 수 있죠. 유연하게 움직이던 물건을 냉동고에 넣었다 빼면 이전의 특성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니 유연성 훈련을 하기 전에는 몸을 충분히 움직이며 체온을 올려주세요. 그렇게만 하더라도 많은 부상의 위험들에서 어느 정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유연성 훈련으로 인한 부상에서는 자유로워지시길 바라며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